당당치킨, 반값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대형마트 치킨이 2010년 ‘통큰치킨’ 등장 이후 12년만에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됐습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값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며 치킨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던 차에 등장한 대형마트의 1만원도 안하는 치킨에 소비자들이 호응한 것입니다.
물론 모두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니고, 프랜차이즈 업체와 치킨집 사장님들은 이번에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불러온 이번 이슈는 판매가 중단된 통큰치킨 시절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당당치킨, 불붙은 마트치킨 경쟁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을 내놓은 것은 지난 6월 30일로 고물가와 맞물려 출시 직후 곧장 입소문을 탔습니다.
‘당일제조·당일판매’라는 뜻을 가진 당당치킨은 상품 기획 자체가 홈플러스의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초복에 진행한 당당치킨 5000마리 선착순 4990원 행사에는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 줄서기 현상이 빚어져 준비 물량이 1시간 이내로 완판됐습니다.
이날 당당치킨은 행사 물량 외에도 정상가에 1만2200마리가 추가로 팔려 하루 만에 1만7200마리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당당치킨의 흥행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습니다.
출시 이후 이달 10일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팔린 당당치킨은, 1분마다 약 5마리가 팔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인기에 힘입어 ‘두 마리 후라이드 치킨’도 17일까지 9900원에 할인 판매합니다.
롯데마트는 한마리 반 분량인 대표 치킨 메뉴 ‘New 한통가아아득 치킨’를 11일부터 일주일 간 8800원으로 할인판매합니다.
원래 가격은 1만5800원이지만 행사카드 구매시 이 기간 동안 7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한정으로, 인당 2통 제한도 있습니다.
이마트도 지난달 한통에 9980원인 ‘5분치킨’을 출시했습니다.
통근치킨 vs 당당치킨? 지금은 다르다!
이번 마트 치킨 열풍은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선보였는데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 계열 마트의 치킨 판매 행보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소비자들은 1만원 이하인 마트 치킨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한마리에 2만원대가 되면서 부담스러워진지 오래입니다.
특히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밥상 및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알뜰 소비를 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던 차에 마트표 반값 치킨은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격이 됐습니다.
자영업자의 반발
물론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는 홈플러스 당당치킨 개발자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는데, 그는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말합니다.
대형마트의 소싱 능력으로 재료를 대량 구매하고 유통구조를 단순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미끼상품이긴 하지만 적어도 손해를 보고 파는 품목은 아니라는 것 입니다.
마트 입장에서는 치킨을 사러 온 고객이 다른 물건도 쇼핑하기 때문에 더욱 이득입니다.
이에 대해 치킨집 사장 A씨는 “인건비, 임대료, 전기세 등은 안 드냐.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이라고 반발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커진 소비자의 목소리
마트표 반값치킨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비싸더라도 더 맛있고 가치가 있다면 먹으면 되고, 알뜰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마트 치킨을 먹으면 된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를 두고 한쪽을 비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유사하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전통·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시각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전통시장은 다른 혁신방안을 모색해서 생존해야지 한쪽을 막는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치킨 역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구조의 문제를 고칠 생각은 안하고 저렴한 마트 치킨만 반대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의를 촉발시킨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15일 말복을 맞아 5000마리를 5990원에 1인당 1마리 한정판매했습니다.
다른 대형마트도 치킨 할인행사를 진행합니다. 아마 이날도 마트에서는 치킨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고객들의 줄을 쉽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유통 마케팅 키워드: 반값
당당치킨의 반응에 힘입어 홈플러스뿐 아니라 이마트(5분치킨·9980원)와 롯데마트(한통치킨·1.5마리 8800원)도 가세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마다 하루 30~50개를 한정판매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값 피자도 나왔습니다.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매일 오후 12~5시까지 ‘고피자 파워타임’을 선언하고, 3종류의 피자와 콜라 세트를 단돈 6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가격 추가 없이 피자의 가로 사이즈를 8% 키워 ‘혼자 푸짐하게 즐기는 피자’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편의점들도 저가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CU는 매일 오전·오후 7~9시에 과일, 간편식, 주류, 안주 등 50여종을 30% 할인해주는 ‘친구(79)타임’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달(1~12일) 들어 매출액이 전월 같은 기간 대비 27.3% 증가했습니다.
이마트24도 8월 말까지 월 2000~6000원의 구독료를 낸 고객에게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김밥 등을 반값에 판매 중입니다.
반값 마케팅에 대한 시각
물론 이같은 반값 제품들은 단기간 판매하고 그치는 ‘미끼 기획 상품’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과거 유통업계를 휩쓸었던 치킨이나 피자, 와인은 물론 TV, 자전거 등 가전이나 생활용품까지 출시 한철만 판매가 되고 현재는 나오지 않는 반값 상품들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싸고 질 좋은 상품을 내놓겠다는 선의가 자칫 변죽만 울린 손님끌기용 상술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통가의 반값 마케팅에 대해 사는 쪽이나 파는쪽 모두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반값 품목이 지나치게 많거나 당장 공급업체에 타격을 줄 만큼 물량이 과도하지 않다”며
“물량을 잘 조절해 정기적 반값 할인행사로 정착될 경우 소비자 공급업체들 모두에게 이익을 돌아가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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