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과일가게, 재미있는 경험을 파는 곳
밀짚모자를 쓰고 한 손엔 휴대용 신용카드 포스기를 들며 “한 바구니에 3만 원, 두 바구니는 5만 원, 구경은 공짜!” 호객행위까지 하는 영락없는 과일 장수로 보입니다.
주요 고객이 20대인 데다가 인기가 엄청납니다. 한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줄을 길게 섰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입소문을 타고 ‘여기도 와 달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출장 요청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과일 장수의 정체는 ‘티셔츠 만드는 사람’ 김도영(29)씨입니다. 바구니에 담긴 ‘과일’도 정확히 말하면 진짜 과일이 아닌 티셔츠입니다.
티셔츠 제작회사 김씨네 과일가게는 다마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과일 그래픽이 적용된 티셔츠를 판매하며 SNS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과일 티셔츠가 아닌 재미를 팔며 ‘국티원탑’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으며 티셔츠를 통해 이들만의 세계관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나이키와 스타벅스 같은 잘 알려진 힘 있는 브랜드, 엄청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소위 전통적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길러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몰 브랜드 전성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작지만 유니크한 가치를 지닌 스몰 브랜드들이 잘 짜인 전략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만들어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뚜렷한 자기 취향을 가진 소비자입니다. 매일 수많은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지금 시대에 뚜렷한 자기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철학과 스토리로 무장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그들이 만든 정보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스몰 브랜드의 성장을 확장시켜줍니다. 이제는 신문이나 TV에 노출되는 광고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이나 정체성을 노출하는 스몰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도영 대표가 만든 ‘김씨네 과일가게’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가 아니라 재미를 팝니다. 그렇게 티셔츠로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당일수확·무농약’, 복숭아 앞에는 저스틴 비버의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쟈스틴 비버 피치스…’, 체리 앞에는 ‘정신 똑바로 체리’ 등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일 파는 티셔츠 장수를 알게 된 대중은 뙤약볕에서 몇 시간을 기끼어 기다립니다.
이들은 어렵게 구한 과일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SNS에 “신선한 과일 어렵게 구해왔다”, “역시 국티원탑(국내 힙합 최고권위자를 부르는 ‘국힙원탑’을 패러디한 말)” 같은 재치있는 반응을 남기고, 또 다른 사람들은 이를 보고 즐거워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티셔츠를 통해 전하려는 세계관인 재미에 빠져들게 됩니다.
김씨네 과일가게의 모든 소통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처음 판매를 요청한 것도 김도영씨를 팔로우하던 사람들이었고, 판매 일정 공지도 인스타그램에서 합니다. 혈혈단신 다마스를 타고 장사하러 다니는데, 판매 장소는 이르면 1주일 전에 공지되지만 당일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릴라 형식이라 어떻게 사람이 모일까 싶지만 오히려 판매 전략으로 먹혔습니다.
김씨는 “딱 정해진 곳이 없어서 모이는 사람 수나 장소 제공을 해주는 분들 상황에 따라 판매 시간과 장소가 시시각각 바뀔 때도 있다”고 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소식에 빠르게 반응하는 20대들은 도리어 깜짝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바뀐 장소를 찾아다니는 걸 즐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CJ온스타일이 스트릿 패션 브랜드 김씨네과일가게와 손잡고 오는 14일 과일 티셔츠를 단독 판매한다고 13일 밝혔습니다.
Z세대 감성과 재미를 저격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첫 사례입니다.
CJ온스타일과 <김씨네 과일가게>의 만남은 CJ ENM 커머스부문의 Z세대 직원 김현지 MD(1994년생)에서 시작됐습니다.
우연히 SNS에서 <김씨네 과일가게> 판매 공지를 보고 줄을 서서 티셔츠를 샀고 그 새로웠던 ‘경험’이 브랜드를 탐닉하는 이유가 됐다는 후문입니다.
김현지 MD는 Z세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씨네 과일가게> 티셔츠를 4050이 메인 타깃인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면 흥미로울 것 같아 판매를 제안했고 오프라인 팝업만 운영했던 <김씨네 과일가게> 역시 더 많은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이 제안을 받아들여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단순히 과일 하나 그려진 티셔츠지만 브랜드가 지닌 확고한 콘셉트와 세계관이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상품을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해 <김씨네 과일가게>를 소싱하게 됐다”며
“입사 3년차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회사와 팀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편의점 이마트24가 Z세대(1990년~2010년 출생)에게 인기가 많은 김씨네과일과 협업해 티셔츠를 판매한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이마트24는 이달 20일부터 23일까지 매일 다른 매장에서 하루 4시간 동안 김씨네과일 티셔츠 판매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이마트24 수원시청점, 대전탄방점, 대구본점, 여의도SK점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김씨네과일과 협업해 만든 티셔츠를 1일 500장 한정 판매합니다.
협업 티셔츠는 편의점을 상징하는 삼각김밥, 김밥, 와인, 커피 등 이미지를 넣은 15종으로 구성됐습니다.
김씨네과일의 주인이자 티셔츠 아티스트인 김도영씨가 이마트24 편의점에서 직접 티셔츠를 판매합니다.
또한, 편의점 오픈쇼케이스(냉장 진열대)에 티셔츠를 진열해 재미를 더할 예정입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희소성 있는 경험·상품을 통해 Z세대들이 이마트24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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