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라이즈 :: 패션은 돌고 도는거야
불과 몇 년 전까 지만 해도 최악의 유행이라고 소개되며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는 패션 중 하나였던 로우라이즈가 다시 패션계에 돌아왔습니다.
로우라이즈 패션은 바지나 치마의 밑위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2000년대 초반 패리스 힐튼, 린제리 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입으며 유행했던 아이템으로 당시 최고의 패션 아이콘들이 입던 아이템입니다.
이후 다양한 패션의 유행으로 완전히 잊혀진 줄 알았던 로우라이즈가 갑자기 2022년 패션 업계에 부활했습니다.
바로 2000년을 의미하는 Y2K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입니다.
러시아 출신 디자이너 로타 볼코바가 선보인 미우미우 컬렉션에서는 대부분의 모델이 골반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로우라이즈는 과거처럼 밑위가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은 아니고, 골반에 걸쳐 입는 형태입니다.
이 패션에 대해 말이 많은데 어떤 이유에서 호불호가 갈리는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로우라이즈에 대한 패션 업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습니다.
로우라이즈의 유행이 쿨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한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한국인은 원래 하체가 짧은 체형인데 과연 일반인들도 저 패션이 유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리가 더 짧아보이는데 왜 저런 스타일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습니다. 그는 “연예인이나 유행에 아주 민감한 사람들 정도나 입지, 일반 직장인들이 저런 옷을 입을 수 있을까”라면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학생 박모씨(21) 역시 “온라인에서 ‘흑역사 패션’이라 불리는 스타일이다. 로우라이즈 스타일로 입고 사진 찍으면 10년 뒤 절대 그 사진 못 볼 것 같다”며 “로우라이즈보다는 다리가 길어보이는 하이웨스트를 여전히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서양에서는 마르고 살이 없는 모델의 이미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몸을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는 신체 긍정(body positivity)과 신체 중립(body neutrality) 트렌드로 이어져왔습니다.
몸의 아름다움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에 더 주목하려는 움직인데요.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진짜 몸을 인정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트렌드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로우라이즈 패션은, 마른 몸을 극도로 부각시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정반대의 트렌드입니다.
다시금 입는 사람의 몸을 부각시키는 패션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이 스타일을 소화하기 위해선 완벽 복근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의 건강함보다는 노출을 위한 지나친 다이어트 등이 강요되는 패션이라는 것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설명입니다.
로우라이즈 패션의 귀환을 보는 외국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양말만 예쁠 뿐이다”, “이건 절대 안 된다”, “로우라이즈가 돌아오기 전에 지구가 멸망했음 좋겠다” 등의 반응입니다.
우리나라 네티즌 역시 “보기만 해도 불편하다”, “패션 암흑기가 다시 오는 건가”, “나는 하이 웨스트만 입을 것”, “숭하다” 등의 불편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가 로우라이즈 패션의 재유행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시했습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로우라이즈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즉 세기 말에 이효리·패리스 힐튼 등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스타일”이라며 “코로나19가 지속되며 불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희망을 꿈꾸는 상황이 세기말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의 감성이 패션으로 되살아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다시 돌아온 로우라이즈 패션, 여기에는 과거와는 다른 부분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긍정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패션 에디터 안드레아 쳉은 “더이상 그때처럼 신체 문제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트렌드를 원하는 방식으로 입을 수 있다”라며 “오히려 2000년대 초반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사이즈 모델들이 선보이는 로우라이즈 패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깡 마른 몸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던 2000년대 패션의 귀환, 2022년의 로우라이즈는 다양한 몸을 긍정하는 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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