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화재안전기준 강화와 업계 반응
소방청이 창고시설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지난 8월 19일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에 대한 행정예고를 했습니다.
소방청은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제정에 대해 2020년 7월 발생한 용인 물류창고 화재사고를 계기로 창고시설의 개별특성을 반영한 화재안전기준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현행 화재안전기준에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는 창고시설과 관련된 규정을 통합하여 높은 층고, 대공간, 가연물이 많은 창고시설의 특성을 반영하여 전용의 화재안전기준을 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안전기준이 현실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 이천물류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창고시설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화재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왔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창고시설의 화재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1,696건(사망 2, 부상 39), 2018년 1,490건(사망 3, 부상 33), 2019년 1,392건(사망 4, 부상 39), 2020년 1,416건(사망 46, 부상 66), 2021년 1,394건(사망 6, 부상 49)으로 총 7,388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년 평균 1,470여건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주요발화 원인으로는 부주의 3,311건(44.8%), 전기적 요인 2,155건(29.1%), 기타 1,922건(26.1%)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화재사고의 발생건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재산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물류창고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대형 물류창고의 화재 발생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또 물류창고가 지속해서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물류창고의 화재는 더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창고시설의 화재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통한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습니다.
특히 ESG와 관련된 현장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소방관련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데도 큰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을 현장에 일괄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행정예고 된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안)의 주요 내용은 ▲ 창고시설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의 정의(안 제3조), ▲ 배전반과 분전반마다 소공간용 소화용구 설치(안 제5조), ▲ 옥내소화전 및 소화수조 수원 기준 상향(안 제6조 및 제11조), ▲ 스프링클러설비를 습식으로 하는 등 창고시설의 특성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안 제7조), ▲ 비상방송설비 및 자동 화재 탐지 설비를 전층 경보방식으로 적용하고 비화재보예방 및 조기감지를 위하여 감지기 종류를 정함(안 제8조 및 제9조), ▲ 피난구 유도등 및 거실통로 유도등은 대형으로 적용(안 제10조)입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보면 대상이 되는 창고시설은 물품저장시설로서 냉동·냉장창고를 포함하며 하역장과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물류터미널,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제15호에 따른 집배송시설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시설은 향후 전기화재 안전 대책으로 창고시설 내 배전반과 분전반마다 자동소화장치 또는 소공간용 소화용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옥내 소화전 설비는 저수량과 비상전원 용량을 기존 특정소방대상물 대비 2배로 확보하고 옥상수조 설치가 의무화됩니다.
또 사람이 상시 근무해 동결 우려가 없는 물류창고에는 배관 내 항상 소화수를 채워둬야 합니다.
동결 우려가 있는 경우 화재 감지기 작동 또는 스프링클러헤드 개방 중 어느 하나에 따라 준비작동식 유수검지장치가 개방되는 방식이나 스프링클러헤드 개방 전 화재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하여 준비작동식 유수검지장치가 먼저 개방되는 방식 중 선택해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프링클러설비는 동일 조건의 수압력에서 큰 물방울을 방출해 대형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라지드롭형스프링클러를 적용해야 합니다.
랙식 창고의 경우 화재 조기진압용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거나 랙마다 인랙헤드를 설치하고 60분 이상 방수할 수 있는 저수량과 비상전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비상방송설비의 확성기 음성입력을 실내외 구분 없이 3W로 하고 화재경보는 전층 일제 경보방식으로 해야 하며 감시상태를 60분간 지속 후 30분 이상 경보할 수 있는 비상전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창고시설의 방재실과 보안실을 통합해 운영해야 하며 화재 조기 감지를 위해 아날로그 방식의 감지기 또는 광전식 공기흡입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간이 피난 유도선에는 20분 이상 비상전원을 확보해 피난 안전성을 확보하고 피난 유도선은 연면적 1만 5천㎡(약 4,500평) 이상인 창고시설의 지하층 또는 무창층에 30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비상전원을 확보해 설치하고 유도등의 크기는 대형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소화수조와 저수조는 기존 특정소방대상물 대비 1.5~2.5배의 소화수를 확보해야 합니다.
행정예고 된 화재안전기준에 대해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화재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상이 되는 창고시설에 일괄적용 될 경우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대상이 되는 건축물은 물류창고라고 분류되지만 물품저장시설인 상온 창고와 냉동·냉장창고, 하역장, 물류터미널, 집배송시설은 건축물의 구조도 다르고 운영 형태도 다릅니다.
한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되면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만큼 규제를 강화하는데 있어 불만은 없다”며 “다만 적용 대상이 되는 건축물의 구조가 다른데 일괄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물류창고의 트랜드의 변화에 따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제정안에서 기준이 되는 대상물의 분류기준은 상당히 오래 된 것으로 건축적인 부분만 고려한 것 같다”며 “현재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물류창고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정안은 운영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예전의 기준으로 나뉜 창고시설에 강화된 규제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즉 물류 산업에 대한 이해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화재안전기준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물류창고를 운영적인 측면에서 더욱 디테일하게 나누고 그에 따른 소방 기준을 적용해야 화재사고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기준(안)에 따르면 창고시설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등의 설치 기준 중 이 제정(안)에서 규정하지 않은 것은 개별 화재안전기준에 따라야 합니다.
즉 가장 우선시 되는 기준안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은 현장의 화재 사고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대형화재를 막을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과 산업의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규제만 늘어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한 관계자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물류산업과 물류창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안전기준의 제시는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소방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정안을 오는 9월 7일까지 행정예고하고 수렴된 의견 등을 토대로 규제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칠 계획입니다.
이번 기준(안)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며 시행 후 특정소방대상물의 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용도변경 또는 대수선의 허가·협의를 신청하거나 신고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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