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채널 : 위드코로나와 유통가의 새로운 모색
‘옴니채널’이란?
‘옴니채널’이란 말은 라틴어로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의 유통 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이 합쳐져 생긴 단어다. 온·오프라인 채널이 마치 하나의 채널처럼 일관되고 매끄러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 사이에서 일관되지 않고 상반된 고객 경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선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데 온라인 사이트에선 버벅거리며 질 낮은 쇼핑 경험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균형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유통가에서 옴니채널 전략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이후엔 비대면 생활이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이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채널을 최대한 이용하면 대면율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팬데믹 시국에서 기업들은 어떤 기발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그동안 ‘온라인엔 아마존이 있다면 오프라인에는 월마트가 있다’라는 인식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월마트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이번 팬데믹 이후 옴니채널로 체질 변화를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많이 하는 페이앱(결제앱)은 기본이고 월마트 전용 이용 앱도 만들었습니다.
요즘 지어진 월마트 매장에선 이 월마트 앱을 이용해 매장 내 원하는 상품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캔 앤드 고’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물건을 담고 매장 문을 나서면 자동 결제가 되어 편리함을 선사해줍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팬데믹 기간에 더욱 빛을 발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줘 매장 내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죠.
싱가포르에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날이 있습니다.
바로 ‘GSS'(Great Singapore Sale)로, 싱가포르의 대표 연례 쇼핑 행사입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이 이벤트는 6~7월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는 최초로 옴니채널 형식으로 개최됐습니다.
싱가포르 소매업자협회(SRA)은 이를 위해 싱가포르 온라인 시장점유율 2위 쇼핑몰 ‘라자다’와의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빠르게 상품을 픽업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지난해엔 온라인 단독 형식으로 개최되었으나, 더 풍성한 쇼핑 경험을 위해 온·오프라인 합작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세계 유통가의 트렌드에 맞춰 싱가포르 유통계 곳곳에서도 옴니채널 전략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GPS 기준 고객의 위치가 오프라인 매장과 가깝다면 스마트폰으로 쿠폰을 전송하는 전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중에선 온·오프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쇼퍼'(Cross-Over Shopper)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확인하는 똑똑한 소비를 즐깁니다.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로 가장 관심받는 옴니채널 전략은 ‘커브 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입니다.
커브 사이드 픽업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정 장소에서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외식업계의 드라이브 스루(맥 드라이브와 같이 하차하지 않고 쇼핑이 가능한 서비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커브 사이드 픽업이 기존의 픽업과 다른 점은 하차해서 매장 안으로 출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많은 이바지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커브 사이드 픽업 서비스를 시행 중인 기업은 반스앤노블, 월드마켓, 애플 등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전과 코로나19의 등장으로 기존 오프라인 위주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아마존과 월마트의 싸움에서 온라인 위주 기업인 아마존의 빠른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러나 월마트를 필두로 많은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 채널을 겸비하며 반격에 나서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옴니채널이 유통 전쟁의 새로운 열쇠가 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대학생 조씨는 CJ올리브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한 클렌징폼을 집 근처 매장에서 직접 찾았습니다.
택배 배송을 기다리느니 나간 김에 찾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먹거리와 거의 모든 생필품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서 택배 상자나 포장재 등 각종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유통업계가 다시 픽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의 일환으로 ‘온라인 주문 후 매장 픽업’ 서비스를 일제히 도입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습니다.
최근에는 배송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이나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대에 수령하려는 사람들의 수요를 반영해 픽업 서비스를 늘리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모바일 앱에 예약구매 메뉴를 신설했습니다.
집 근처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앱에서 결제하고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주류뿐 아니라 도시락, 샌드위치는 물론 신선식품, 치즈, 물 등도 살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시범 서비스 중이며 향후 상품 종류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며 “점주들의 요청도 있었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편의점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그동안 배달 서비스 강화에 집중해왔습니다.
작년 신세계아이앤씨 출신 IT 전문가 김장욱 대표가 취임한 이후 배달 가능 매장을 1000개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이마트24보다 점포 수가 두 배 이상 많은 CU, GS25 등 경쟁사들도 네이버나 요기요, 자체 앱을 통해 배달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마트24는 배달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슬로건을 ‘딜리셔스 아이디어’로 바꾸고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마트24는 고객들이 예약구매라도 해서 사고 싶어 할 만한 상품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경쟁사인 GS25도 5월 요기요에서 원하는 제품을 산 뒤 원하는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픽업25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작년 6월 GS샵에서 산 와인을 편의점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뒤 고객 반응이 좋아지자 이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했습니다.
점주는 현재 재고가 있는 상품만 앱에 노출한 뒤 소비자 픽업 시간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면 됩니다. 조리가 필요한 치킨 같은 경우 고객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픽업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5월 온라인·모바일 주문 상품을 지정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오늘드림 픽업’을 도입했습니다.
LF는 지난달 서울 압구정에 명품시계 편집숍 라움워치를 열고 온라인몰 LF몰에서 주문한 뒤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 픽업 서비스 ‘무탠픽업’을 선보였습니다.
매장 영업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제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택배 보관함처럼 생긴 픽업 라커를 설치했습니다.
무신사가 픽업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하루 평균 100명이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기업들의 픽업 서비스는 매장 체류 시간을 길게 만들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매장 방문을 유도해 다른 상품을 경험하고 추가적인 매출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고객 편의를 고려한 측면이 강합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방침)’가 실시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배송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도 늘고 있습니다.
▲주문 후 제품이 도착하기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불확실성과 ▲배송비 부담 ▲택배상자나 포장재 등 쌓이는 쓰레기를 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픽업을 택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어차피 매장에 방문하는데 거기서 주문·결제하고 가져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것을 아예 다른 차원의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하는 제품이 매진될까 걱정할 필요 없이 미리 주문해놓고, 여유있게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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